곡선의 용서Forgiving curves – 백승현 개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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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4.28(수). – 05.16.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12:00 – 19:00

이번 전시의 제목 <곡선의 용서>는 대학 시절 지도교수님이 내어준 과제 ‘용서할 수 없는 곡선을 그려라’ 에서 착안하였다. 당시 선생님은 특유의 제스처와 말투로 ‘용서할 수 없는 곡선’을 짧게 설명하셨는데, 나는 너무 어린 학생이었기도 했고, 수묵 누드 크로기를 하는 것과 용서할 수 없는 곡선을 연관 짓는 건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거나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 문제인 듯했다. 그때 어떤 곡선을 그렸는지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독일 유학 시절에 문득 떠올랐는데, 참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 옷을 벗은 인체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 용서할 수 없는 정도의 경지에 다다른 곡선을 그어야 했었던가 생각하니 어이없는 농담 같아 허탈했고, 주머니 속 주먹 쥔 손에 뭔가 비밀을 감추고 설명을 하셨던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 무렵 머리속에 있는 가상의 한 개인이 용서할 수 없는 곡선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실패를 거듭했다. 3년 전에 써드플레이스 남산에서 개최했던 <모든 것은 결론이다> 전시를 준비할 때 다음 전시 제목으로 <곡선의 용서>를 지어 놓았다. 이번 전시에 설치된 작품들이 ‘용서할 수 없는 곡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곡선의 용서’는 작가가 설정한 일종의 화두로 존재하고 있고, 작품들은 이 화두에 대한 응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덩어리를 던지는 행위이다. 3년 전, 실패를 거듭하고 있을 때 쯤 자신의 감각을 믿고 나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무언가를 끄집어내 매일 하나씩 던지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놓았다. 기존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반죽 탓에 앞으로 던지는 덩어리가 자연스럽게 반죽을 연상하게 되었지만, 반죽 보다 중요하게 끄집어 낸 것은 감각이다. 이렇게 불완전한 ’감각던지기’가 시도되었다. ‘감각던지기’를 처음 시도할 때는 감각과 반죽(=빵=노동)을 분리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결국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멀리 있으면서도 떨어질 수 없는 것처럼 내 감각을 유지하고 생계블랙홀에 빠지지 않게 붙잡아 두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반죽이었다. ‘산수를 그리는 법’ 에서 흙을 파내고 뭉치는 손과 파밭 이미지 뒤로 이어지는 물과 산의 모습도 그런 이유로 분리할 수 없었다. ‘감각던지기’를 계속하면서 발견한 것은 ‘저항’이었다. 던지는 주체는 불완전한 것을 끄집어내기 위해 현재에 저항한다. 밖으로 튀어나온 덩어리는 앞으로 향하면서 공기와 속도, 시간과 이미지에 저항한다. 순간 벽에 부딪힌 덩어리는 속도와 시간, 이미지를 덮는 듯하지만 거꾸로 속도와 시간과 이미지는 덩어리 위를 지나간다. 움직이는 영상이 끝이 나면 벽에 붙은 덩어리는 이미지가 사라진 허무한 흰 벽에 붙어있거나 아래로 떨어진다. 영상이 시작되고 끝나는 짧은 시간 호흡은 빨라지고 제각기 뛰쳐나간 덩어리는 영상이 투영된 공기 사이에 있는 임계점을 통과 하거나 다다르지 못한다. 임계점은 흰 벽이 아니라 흰 벽과 투영된 이미지 사이의 공간에 존재한다.

-작가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