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손민지 개인전 10/18 ~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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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_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손민지 개인전)
갤러리 정다방 프로젝트

작가 : 손민지

전시기간 : 2014_10_18 ~ 2014_10_31

오프닝 : 2014_10_18(Sat) 18:00

– 작가 노트-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함민복의 <꽃> 中에서

내 작업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과 그로 인한 빈자리 그리고 또 다른 채워짐이다. 2012년 대학교 졸업식,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7개의 꽃다발을 받은 그 날은 지금은 희미한 얼굴밖에는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유난히 크게 느끼게 해주던 날이었다. 나는 축하와 감사, 기쁨과 아쉬움의 온갖 의미들이 뒤섞여 있는 이 꽃들을 다시 아버지의 무덤에 갖다 드리고 싶었고 그렇게 <dry flower> 작업은 시작되었다.

추모공원에 가면 피고 지는 하나의 인생을 닮은 듯, 산 자와 죽은 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 꽃들이 가득하다. 꽃을 건조시켜 만드는 dry flower는 꽃의 미라라고 한다. 매년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꽃은 나에게 살아있기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에 대한 은유로 다가왔고, 그날 밤 나는 꽃다발을 해체하여 꽃잎들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곱게 건조시켰다. 꽃잎들은 삶의 매 순간이 쌓여지듯 겹쳐지고 또 겹쳐져 무수한 레이어를 만들어 갔고 쌓여진 그 시간들로 새로운 꽃이 태어났다. 새롭게 태어난 꽃은 죽음을 초월하여 내 안에 오롯이 살아있는 친아버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빈자리를 더 큰 사랑으로 채워준 지금의 또 다른 아버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삶의 일부이고 관계의 일부였던 것들은 언젠가는 상실의 일부가 되고, 그 상실은 또 다른 것으로 채워지며 그렇게 삶은 굴러간다. 그러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낙관과 비관, 우연과 필연, 질서와 무질서….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작업에서 보이는 것처럼 앞면과 뒷면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엔 한 몸인 셈이다. 한 땀 한 땀의 바느질로 갈무리하듯 만들어지는 화면에서 한 면은 질서정연한, 또 다른 면은 무질서한 상반된 패턴이 앞뒤를 오가는 무수한 실들로 이어져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만들어낸다. 그 삶의 경계 위에 오늘도 아슬아슬 꽃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