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 잃어버린 [문지혜 개인전] 2013.05.25 –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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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은 잊혀지는 것들,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것들과 관련이 있다. 한때 심각하고 중요했던 사건이나 대상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점차 잊혀져간다.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잊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 망각의 대상들 중 ‘소중했지만 잊고 살았던 사람들, 사라진 사람들’을 주목하고, 작업의 맥락에서 한 존재의 역사성과 그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소멸되어 가는 것들을 붙잡고 싶은 욕구, 망각되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는 내 작업의 가장 큰 동인인데, 이러한 주제에 대한 관심은 돌연히 사라져버린 학창시절 단짝친구의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친구, 친척, 가족, 선생님, 동료, 동호회사람들. 예기치 않은 사건을 통해 주변의 수많은 지인들 역시 모두 소멸되어가는 존재였음을 문득 지각한다. 그리고는 기억의 망에 걸러지지 못한 사람들을 애써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지워진 이름 뒤에는 실존했던 시간과 관계들이 있었다.


   <마지막 사진>, <남겨진 편지>연작은 이유 없이 쓰러져서 식물인간이 되었던 열다섯 살의 친구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는 그녀가 남긴 기록의 파편들로부터 다시 그녀를 기억해낸다. 그 존재의 실체는 볼 수 없지만, 기억되는 한 어딘가에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업을 통해 개인의 연약한 기억과 연결되어있는 기억의 고리들을 하나의 굳어진 기념비로 제시하면서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었다.


   전시 리플렛을 포함한 나머지 작업들은 익명의 사라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의 전반적 내용, 그림 속 알레고리, 오브제의 배열방식 등은 실종사건과 같이 미해결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암시한다. 지우면 지울수록 지저분해지고 오히려 가려지는 책의 구성방식은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미궁 속에 빠져버리는 소설의 결말 혹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제 사건들의 메커니즘을 반영하는 것이다. 매일 같던 일상 속, 평범한 무리속의 한 사람이었을 사라진 사람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아직도 소중하게 존재하고 있는 그들은, 과연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문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