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용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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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용호 개인전
 
2011. 11. 5 – 11. 18
 
 

나의 작업은 두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는 드로잉의 느낌이 살아 있고 둘째는 미래의 계획과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한 기록이다. 첫째로 드로잉은 기초적인 작업이면서 그리는 사람의 꾸밈이 없는 생각과 그 사람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드로잉은 원래부터 계획할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그림이나 글로 남겨두는 메모와 같다. 드로잉에 회화적인 면을 가지고 오면서 계획할 이미지와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생각의 파편들이 한 화면에 펼쳐 보인다. 그림에 텍스트가 들어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미지로 표현 못하는 것을 텍스트와 표시로 대체함으로 더욱 설명할 수 없는 느낌까지 들어낸다.
두 번째 특징은 이전에는 개념미술의 형식을 띈 작품을 해왔다면, 이번 작업은 그런 형식의 작업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과 같다. 실재로 구상한 드로잉이 마음에 든다면 실행에 옮기고, 이 드로잉을 회화작품으로 표현 한다. 거기에는 실행에 옮기려는 계획과 동기, 스스로의 감상이 표현 된다. 물론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드로잉도 이 특징을 지닌다. 그래도 다르다면 회화적인 요소와 주로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이고, 텍스트는 언어화 되어 그려진다. 냉철히 생각해 보면 작품의 아이디어 소재들은 특별할 것도 없으며,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상상화에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 작업 의도
여름이 시작될 무렵 이였다. 뉴욕에서 북쪽으로 허드슨 강변을 따라 한 시간을 넘다보면 한적한 마을에 인쇄공장을 개조한 디아비콘센터가 나온다. 그곳은 60~70년대 미국현대미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작년 겨울에 왔던 느낌과 다르다. 그것은 전시장을 들어서서 솔 르윗Sol Lewitt의 작품을 보게 된 순간부터 겨울 보다 더한 한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드로잉을 벽면에 가득 채우라는 글과 예로든 그림을 남겨 놓고, 학생들은 그 지시대로 작품을 완성한다. 전시장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나 스스로에게도 지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내가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있던 것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평면에서도 우리가 상상하는 공간을 다루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평면에서 입체적 사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을 구상한 작가가 어떠한 사고와 상상으로 표현했는지 회화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번 작업의 좋은 예로 톰블리Cy Tombly와 솔 르윗Sol LeWitt을 들 수 있다. 이 작업의 의도는 결국 미술에 대한 의식 안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톰블리는 드로잉을 이용하여 회화적 표현을 했으며 이태리를 여행하면서 문학작품을 회화에 끌어들임으로 드로잉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그리고 솔 르윗은 앞서 말한 내용과 같이 개념미술의 의미를 되새기듯 간단한 문구와 예로 든 그림으로 규모 있는 작업을 완성한다. 두 작가는 내가 하는 작업과 유사한 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톰블리는 선적인 드로잉이라면 나는 면적인 드로잉이다. 솔루윗의 경우 이미 완성된 작품이라면 나의 작업은 이전의 작업에 대한 드로잉이자 앞으로 계획할 의도를 갖는 미래에 대한 의식의 작업에 있다.
이 두 작가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리고 그들과의 차이점에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과거에 내가 했던 입체를 다루는 개념 작업의 가능성을 평면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즉, 개념적 회화의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