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bula Rising 연작 – 이행준-

0
305

****작가 소개

이행준

실험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며 대안공간 반디, 비하이브, 쿤스트 독, 아르코 갤러리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토크, 전시, 상영 기획을 해왔다. 주로 멀티프로젝션 퍼포먼스 작품들을 발표해왔으며

상영작품들은 프랑스 라이트 콘에서 배급중이다.

아트센터 나비, 대만 국립현대미술관, Netmage(볼로냐), cafeOTO(런던), Lacasaencendida(스페인),

 Espace Multimedia Gaunter(프랑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영과 상영을 했다. LIFT(토론토),

 Nowhere(런던)의 작가입주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전시 노트


Nebula Rising 연작


필름 물질성 그 자체, 감광체와 고분자지지체의 물리적 결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단순한 접착물,

그 사물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같은 것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것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작업에 오래 매몰되어 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언제나 그 속에는 환원 또는 분석이 불가능한 과정이

전제되어 있었다는 점인데, 이는 불가항력적인 매력을 가진다.

 

투입물에 대한 확신 혹은 데이터에 대한 의존 없이 산출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매력 뒤에는 그 과정을

에워싸는 하나의 원초적 수학방정식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현실이 숨어있다. 필름 물질이라는 기계에

담긴 집단 지성(탈보트로 부터 시작되는)과 무수히 많은 작가들이 개입한 개별지성의 개입의 역사의

그림자와 함께.

 


나는 프로젝션, 스크린, 관객성, 상영을 일회적 사건으로 제한하려는 다양한 시도로 이후에 필름이 갖는

매체로서의 재생산 과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해왔다. 그럼에도 물질을 다루는 방법론의 새로운 발견과

확장을 위해서 선택한 35mm는 Nebula Rising 연작에 전혀 다른 문제의식을 발생시켰다.

계속 다뤄오던 16mm 포맷의 필름과는 달리 35mm 필름은 작품의 완성이라는 잠정적 시점 이후에

상영이라는 스크린 위의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 때문에 그간 상영과 설치로 이 작품을 발표해왔다.

 


촬영없이 만들어진 필름 스트립은 프로젝터에 의해서만 ‘필름’으로 규정될 뿐(프로젝터 톱니바퀴에

맞물리는 필름 위의 구멍만이 필름을 ‘필름’으로 규정짓는다.) 사진, 영화 등 어떠한 재현을 위한 목적으로

부터 벗어난 ‘물질’ 그 자체로 규정될 수 있다. 즉 위 아래 좌우 구분이나 시작과 끝, 프레임 등은 사라지고

일정한 길이를 가진 ‘덩어리’가 된다. 하지만 이 덩어리는 두께는 없으나, 시간이 축적된 길이만 가진다.

작품의 완성이전에 수많은 화학물질로 침식된 필름 감광체 찌꺼기 들이 쌓인 퇴적층 속의 시간들은,

비로소 프로젝터가 발산하는 빛이 모터에 의해서 가속되는 덩어리들을 침식시킬 때 비로소 하나의

사건으로서 스크린 위에 기록된다.

 

‘영상 걸기’라는 설치 제도가 일반화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영상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시간’을

‘덩어리’로 혹은 ‘평평한 어떤 것’으로 변하게 한다. 시작과 끝이 없고, 시작을 보기 위해 끝을

보아야 한다거나 영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회화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만든다. 나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이번 전시를 위한 설치를 준비했다. 설치된 영상은 단 하나의 필름 스트립 덩어리로 이루어 진 것이다.

 

 



 









 


****작가 노트


“필름 표면 위의 물리화학적인 가공이나 빛과 입자 사이의 논리를 해체하는 물질성에 기반한 나의 작업

태도는 내게 프로젝션이라는 스크린 위의 사건에 대해 새로운 문제의식 갖게 했다. 암실에서의 즉흥과

우연에 의해 생성된 결과물로 무한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영상 제작의 전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교란과 전치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작품의 구조와 시간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작품의 완성이라

부를 수 있는 시점이후 프로젝션은 결국 스크린을 빛에 노출시키는-필름에 빛을 노광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는-것으로 프로젝션이라는 사건 자체가 암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내 자신과 가장 가까워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필름에 기록된 시간성은 공간적 조형성으로, 색채와 빛의 논리는 무질서한 입자들의 브라운 운동으로

변모한다. 다시 이 필름은 여러 대의 프로젝터를 위해 짧은 필름 스트립들로 나눠져 관객들과

실재 시간-공간에서 마주한다. 카메라를 위한 절단된 필름을 난 카메라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상영 이전에

완성되어야 할 편집 과정을 상영 이후 혹은 상영 사건과 결합시킨다. 그렇게 내가 다루는 영상언어의

기본 물질인 필름이 갖는 정치사회적 의미 혹은 재현 체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실재 시간-공간에서의 시선

혹은 관객성의 문제, 공간의 문제와 여러 대의 프로젝터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과 끝의 의미/지속의 의미를

언제나 새로운 구체적 경험으로 되새김한다.”